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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육연원민
작성일 26-09-02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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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그건 하인즈(Heinz) 케첩 숫자 아닌가.” 최근 북한 비핵화를 주제로 인터뷰한 로버트 갈루치(80) 조지타운대 명예교수에게 북한 핵무기가 57개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묻자 이런 ‘미국식 농담’이 돌아왔다. 미국의 대표적 케첩 브랜드 하인즈는 100년 넘게 ‘57 Varieties’(57가지 제품)라는 문구를 사용해 왔고 이는 갈루치 교수나 트럼프 대통령 세대에서는 매우 익숙한 숫자다. 지금도 하인즈 케첩 병에는 ‘57’이라는 숫자가 브랜드의 상징처럼 남아 있다. 트럼프는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가 57개라며 상당히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했지만 30년 넘게 북핵 문제를 다뤄온 갈루치 교수에게 그 지나친 정확성이 오히려 ‘하인즈 57’을 떠올리게 하는 농담처럼 들린 셈이다. 흥미로운 。은 하인즈의 57도 애초부터 정확한 제품 수를 뜻한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저 창업자가 기억하기 좋은 숫자를 골라 만든 마케팅 문구였다.
트럼프가 어떤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 핵무기가 57개라고 말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가 정말 미 정보기관의 첩보를 ‘천기누설’한 것일 수도 있고, 그냥 하인즈 57처럼 자기 세대에 익숙한 숫자를 대충 말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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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기억해야 할 사실은 트럼프가 숫자에 별로 정확하지 않은 대통령이라는 .이다. 그는 아직도 주한미군 수를 4만여명이라고 말한다. 주한미군은 약 2만8500명이고 모든 언론이 이를 되풀이해서 ‘팩트체크’했지만 트럼프의 세계에서는 어쨌든 주한미군은 4만명이다. 트럼프가 지난해 상호관세율을 정할 때도 공식 자료를 거부하며 “구글링(구글 검색) 좀 해서 진짜 숫자를 가져오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트럼프에게 숫자는 때로 엄밀한 사실이라기보다 자신의 메시지를 각인시키는 마케팅 수단처럼 보인다.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에 집착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수렁에 빠진 이란 전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정치적 필요도 그중 하나일 수 있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불쑥 올리면 언론들은 어쩔 수 없이 뉴스를 쏟아낸다. 이란 전쟁 비판으로 뒤덮인 뉴스 속에서 ‘김정은 뉴스’는 잠깐이나마 숨 쉴 구멍이 돼 준다. 김정은은 반응하지 않아도 언론은 반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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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1기 때부터 진지한 비핵화 협상보다는 북한을 뉴스거리로 활용한다는 의심을 받았다.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 회고록에 따르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는 하노이에서 ‘스몰딜’과 ‘노딜’ 중 어떤 것이 더 큰 뉴스가 되는지 참모들에게 물었다. 공교롭게도 당시 미국 국내에선 트럼프의 개인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에 대한 의회 청문회가 열렸고, 트럼프는 정상회담 전날 밤늦게까지 관련 뉴스를 시청했다. 워싱턴을 뒤덮은 코언 뉴스와 경쟁하려면 하노이에서도 큰 뉴스가 필요했다.
트럼프에게 외교·안보는 정책인 동시에 본인에게 유리한 뉴스를 만들어내는 공장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한마디를 던지고 소셜미디어에 사진 한 장을 올리는 것만으로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은 바뀐다. 특히 ‘김정은 뉴스’는 파괴력이 이미 검증된 소재다. 직접 만나 악수를 하면 초대형 뉴스, 반응이 없어도 대형 뉴스다. 만나자고 제안하는 순간부터 뉴스는 생산되기 시작한다. 북한 뉴스가 잠잠했던 지난 며칠 동안 베네수엘라 석유 장악이 트럼프가 만든 주요 뉴스였다. 트럼프의 뉴스공장 소재는 북한이었다가 베네수엘라로 갔다가 얼마 있으면 다시 북한으로 돌아올 것이다. 어쩌면 트럼프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김정은의 답변보다 ‘김정은 뉴스’ 자체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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