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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육연원민
작성일 26-08-28 07:40 | 조회 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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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석이 1971년 발표한 두 번째 독집 ‘아름다운 사람/비야 비야’ 재킷. 서울 뚝섬에서 촬영한 사진을 합성해 제작했다. 1971년 8월 유니버설레코드에서 두 번째 독집 음반 ‘아름다운 사람/비야 비야’가 나왔다. ‘비야 비야’는 이스라엘 민요를 번안한 곡이었고 ‘아름다운 사람’은 헤르만 헤세의 시에 직접 내가 곡을 붙인 노래였다. 이 노래는 무대나 녹음실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형수가 우리 집에서 홀로 살림을 꾸리던 모습을 보고 만들었다. 당시 나는 통기타를 메고 밤거리를 돌아다니다 돈이 떨어지면 집을 찾는 철없는 시동생이었다. 식구들이 출근한 오전에 집에 들어가면 형수 혼자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사흘 걸러 한 번쯤 나타나는 내 속내를 형수는 훤히 알고 있었다. 바깥일로 바쁜 어머니를 대신해 살림을 맡으면서도 생활비를 아껴뒀다가 가족들 몰래 용돈을 건넸다. 우리 신촌 집은 방이 많고 아궁이만 12개나 되는 한옥이었다. 처음에는 연탄을 하루에 한 번 갈았지만 연탄값이 오르면서 작은 연탄을 써야 했다. 여덟 시간마다 갈아야 하니 하루 세 번 아궁이를 들여다봐야 했다. 대청마루와 방을 쓸고 이불을 걷어도 일이 끝나지 않았다. 새댁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찬 살림이었다. 오리지널골드몽 나도 염치는 있어 용돈만 받아 나가기가 미안했다. 집에 들어온 날이면 형수를 도와 연탄을 갈거나 청소하는 시늉이라도 했다. 하루는 직접 집안일을 거들고 나니 형수가 감당해 온 수고가 보통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일을 마치고 씻은 뒤 대청마루에 앉자 형수가 커피 한 잔을 내왔다. 늘 나를 챙겨준 형수에게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돈도 변변한 선물도 없었지만 내게는 기타와 노래가 있었다. 불문학을 전공한 큰누나 덕분에 집 서가에는 시집이 많았다. 그중 헤르만 헤세의 시집을 꺼내 목차를 넘기다가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제목에 눈길이 멎었다. 시를 읽으니 연탄집게를 들고 아궁이를 오가던 형수의 모습이 겹쳐졌다. 나는 곧바로 기타를 잡았다.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음역을 정하고 다섯 개 안팎의 코드로 선율을 만들었다. 보통은 가사의 뜻과 노래의 흐름을 맞추느라 여러 번 고치지만 그날은 달랐다. 코드 진행을 따라 멜로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30분도 지나지 않아 한 곡이 완성됐다. “형수님, 이 노래 한번 들어보실래요.” 한쪽 다리를 세우고 기타를 치며 방금 만든 노래를 들려줬다. 형수는 노래가 참 좋다며 무슨 곡이냐고 물었다 슬롯머신 . “형수님을 생각하며 만든 노래예요.” 형수는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기특하면서도 쑥스러웠는지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 나는 집안일을 보태기는커녕 돌아올 때마다 옷가지와 용돈을 챙겨 달라고 하던 시동생이었다. 그래서 형수의 웃음이 더 미안하고 고마웠다. 값비싼 물건은 줄 수 없었지만 노래만큼은 내가 가진 것으로 온전히 건넬 수 있었다. 형수 한 사람에게 들려주려고 만든 노래는 음반에 실린 뒤 젊은이들의 애창곡이 됐다. 음악다방과 대학가에서 신청이 이어졌고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속의 ‘아름다운 사람’을 떠올리며 불렀다. 형수도 노래가 흘러나오면 자신의 노래라며 자랑했다. 대청마루에서 시작된 작은 위로가 집 밖으로 나가 한 세대의 노래가 됐다. 누구나 고마움과 미안함을 함께 느끼는 사람이 있었기에 형수를 향한 내 마음도 낯설지 않게 받아들여진 듯하다. 그때는 이 일을 신앙과 연결해 생각하지 않았다. 세월이 흐른 뒤 돌아보니 사랑은 거창한 헌신보다 가까운 사람의 수고를 알아보는 데서 시작됐다. 형수가 건넨 용돈과 커피 한 잔을 잊지 않았기에 노래가 나올 수 있었다. 하나님은 내가 무엇을 노래해야 하는지 먼 곳에서 찾게 하지 않으셨다. 가장 가까운 사람의 지친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게 하셨고, 미안함과 고마움을 한 곡의 위로로 바꾸게 하셨다. 궁이를 오가던 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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