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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육연원민
작성일 26-08-21 13:58 | 조회 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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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에서 온전히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 누구에게나 남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 누구나 조금씩 이상하고, 조금씩 못됐으며, 깊이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소설가 정지아가 '아버지의 해방일지'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찌니주의보'에는 이성애자와 성소수자, 토박이와 귀촌인, 한국인과 이주여성, 도시의 젊은이와 농촌의 노인들이 한데 섞여 있다. 작품은 살아온 시간도 삶의 방식도 전혀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며 어긋나고, 차츰 서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흥미롭게 포착한다. 평균 연령 일흔여덟 살인 산골 마을에 젊은 여성 둘이 나타난다. 두 여인이 연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마을은 발칵 뒤집힌다. "여자끼리 그럴 수가 있는감?" 노인들의 질문은 순진한 궁금증처럼 들리지만, 그 안에는 상대의 삶을 자신의 기준으로 재단하려는 시선이 담겨 있다. 이해받지 못하는 사람에게 타인의 호기심은 때로 폭력이 된다. 그렇다고 이들을 악인으로 단정할 만큼 이야기가 단순한 것은 아니다. 못마땅하다면서도 가지나물을 문 앞에 걸어놓고, 낯 뜨거운 질문을 퍼부은 뒤에는 호박전을 건넨다. 사람의 마음은 원래 이토록 모순적인 것일까. 작가는 미워하는 마음과 돌보는 행동이 동시에 나타나는 '불편한 공존'을 놓치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을 편견에 사로잡힌 악인으로 만들지도, 겉으로만 퉁명스러울 뿐 속정은 따뜻한 사람들이었다고 미화하지도 않는다. 무례한 말은 무례한 대로, 다정한 행동은 다정한 대로 보여준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타인을 챙기는 행동이 한 사람 안에 함께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사과를 반듯하게 자르듯 선명하게 나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작가는 이들을 끊임없이 부딪치게 한다. 싫다고 해서 남남이 될 수 없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서로 좋아하고 이해해서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그대로 남겨둔 채 계속 얼굴을 마주하게 한다. 농사일을 함께해야 하고, 같은 마을에서 매일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몇 번이고 마주치는 동안 처음에는 '서울에서 온 여자 둘'로만 보였던 이들도 차츰 이름을 가진 이웃이 된다. 멀리 있을 때는 하나의 특징으로만 보이던 사람이 가까워질수록 여러 사정을 지닌 구체적인 존재로 다가온다. 누군가에게는 두 여자의 성 정체성이 낯설고, 누군가에게는 베트남 며느리의 출신 국가가 낯설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도시에서 내려온 젊은이가 낯설다.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노인들에게조차 세상은 더 이상 자신들이 알던 익숙한 곳이 아닐 수 있다. 소설이 끝난 뒤에도 사람들의 고집과 편견은 남아 있다. 서로를 향한 불만과 뒷이야기 역시 사라지지 않는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우리와 다른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고, 갈등을 겪은 뒤에도 다시 얼굴을 마주하며, 어려운 일이 생기면 끝내 외면하지 못하는 관계가 만들어졌을 뿐이다. 작품이 그리는 공동체는 서로 좋아하는 사람들만 모인 이상적인 공간과는 거리가 멀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것은 거창한 설득이나 완벽한 이해가 아닐지도 모른다. 같은 시간을 보내고, 서로의 얼굴을 기억하며, 어느 순간 상대의 안부를 걱정하게 되는 것. 생각이 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다른 채로 밥 한 끼를 함께 먹는 것.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안부를 한 번 묻고, 그저 숨 쉬듯 오가며 얼굴을 마주하는 것. 어쩌면 함께 산다는 것은 그런 일이 아닐까. 찌니주의보 | 정지아 지음 | 창비 href="h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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