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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육연원민
작성일 26-09-0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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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은 강원 ‘원주시민의 날’이었다. ‘시’ 승격(1955년)을 기념해 1997년 만든 날이다. 민선 9기 원주시정 출범 후 이날 첫 시민의 날, 조금 특별한 반상회가 열렸다. 중간 제목은 ‘제1회 뜻 모아’로 달았다. 소제목으로 ‘시민주권 시대 실현을 위한’이란 표현을 썼다. 사실 반상회란 표현은 긍정보다 부정적인 어감으로 다가온다. 이유는 일제강。기와 해방 후, 1960~70년대 정권 홍보와 주민 통제 수단 등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반상회=관 주도’ 공식도 오랜 세월 익숙해졌다. 현재는 주민자치와 친목 도모 성격의 자율 조직으로 옷을 갈아입은 만큼 용어 사용 불편감은 감수할만했다.
반상회는 남산골 문화센터에서 열렸다. 한 달 전부터 사전 참가 신청을 한 시민 300인이 한자리에 앉았다. 필자도 기자가 아닌 시민 한 사람으로 반상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선거가 끝나도 시민과 언론의 역할은 계속된다. 공약은 이들의 눈으로 감시한다. 이런 수사만이 참석 이유는 아니었다. 그동안 접하지 못한 행정 시스템과 기획에 대한 호기심이 가장 컸다. 뉴스 현장에서의 수박 겉핥기식의 취재 경계도 한몫했다. 우선 평일 오후 행사로 우려된 ‘노쇼’는 없었다. 오히려 시민들이 보여준 열정에 행사만으로는 대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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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부터 휠체어를 탄 장애인, 결혼 이주민, 사역 중인 목사, 밭일하다 온 농업인, 시의원, 문화예술인, 전문직, 공무원, 주부, 소상공인 등 다양했다. 모든 분야를 대표하는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목적은 ‘나도 하고 싶은 말이 많다’로 읽혔다. 원주시민 0.1%만 반상회에 참여했다는 아쉬움을 위로할만했다.
반상회 토론은 14개 의제였다. 토론 그룹은 모두 19개로 나눴다. 신청이 몰린 유휴지 활용, 일자리, 원도심 활성화, 문화산업, 돌봄 의제를 각각 2개 그룹으로 구분해서다. 시민이 직접 도시 디자인에 참여할 수 있다는 기대와 열정이 행사장을 。령했다. 행사 주제가 ‘제1회 뜻 모아’인 만큼 시민을 주인공으로 기획한 노력의 흔적도 행사장 곳곳에서 묻어났다. 반상회 레이아웃은 간단했다. 무엇이 불편한가를 전제로 ‘시장이 묻습니다-시민이 답합니다-정책에 담습니다’였다. 반면 토론은 간단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치열했다. 전문성도 상당했다. 토론의 품격과 수준에 놀랐다. 이들은 정확한 통계와 현장 상황 등을 열거하며 수준 높은 토론에 나섰다. 진행자가 진땀을 흘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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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회는 4시간 40분 동안 진행됐다. 오후 1시 30분부터 6시 10분까지였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시간은 숨 가쁘게 흘렀다. 필자는 11그룹 ‘도시 전체가 도서관이 될 수 있을까?’ 의제로 참여했다. 도서관은 그 도시의 품격을 보여준다는 믿음이 이유다. 그룹 토론에 나선 16명은 책을 좋아하는 주민, 작은도서관장, 동화책 작가, 시인, 사서, 정년퇴임 예정자 등 다양한 커리어를 소개했다. 격한 논쟁과 공평한 토론 기회 제공을 위해 타이머까지 등장했다. 선거 TV 토론회를 방불케 하는 팽팽한 분위기가 미팅룸을 압도했다. 그만큼 원주시 발전과 실생활 변화에 대한 시민의 열망이 크다는 방증이다. 구자열 원주시장도 반나절 19개 토론장을 누볐다.
반상회가 평일 오후에 열린 만큼 다소 불편은 감수해야 했다. 14개 의제가 제시되면서 집중도는 흐트러졌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전문가 수준의 시민들이 대거 자리를 채웠다. 그만큼 양질의 토론이 진행됐다. 이에 특정 이해당사자의 민원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이 또한 소시민의 의견이고 여론이니 건강해 보였다. 반상회를 위한 반상회나 일회성 행사, 보여주기식 이벤트 등의 경계 목소리도 있었다. 반상회 타이틀에 맞게 시민의 작은 이야기를 담아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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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열 원주시장도 평일 오후 바쁜 시간에 참여한 시민들의 열정은 시정 참여 수준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반상회를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고 시민 참여 부담을 줄이기 위해 휴일 개최도 검토하겠다는 의중을 밝혔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들의 열의는 토론장을 후끈 달궜다. 반상회가 선사한 유희가 계속되길 바란다. 단 토론 진행방식이나 각자 이익을 대변하는 발언 등 시행착오는 줄여야 한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아야 지속 가능한 행사가 될 수 있다. 이날 평일 반상회 참석을 위해 300인의 시민 각자 시간 내기 작전을 펼쳤을 것이다. 현장에서는 휴가를 낸 직장인, 저녁 밥상 걱정하던 주부, 휠체어를 몰고 참석한 장애인, 현장학습 나온 학생들, 저녁 장사 고민한 소상공인, 날씨를 연신 검색하던 농업인 등의 사연을 접할 수 있었다.
열정을 보여준 이들의 격정적인 토론은 원주의 수준을 보여줬다. “시장과 공직자 앞에서 내 생각을 공식적으로 말할 기회는 흔치 않죠”라고 웃어 보인 한 주부의 말에 여운이 남았다. 자신 그룹을 대표해 발표에 나선 여고생의 당찬 한마디 한마디도 머릿속에 남았다. 부끄럽지 않은 원주, 자랑스러운 시민, 살맛 나는 우리 동네가 목전에 온 것 같았다. 이것이 우리가 사는 원주의 모습이다. 반상회에 참여하지 않거나 단편만 접한 이들의 쓴소리는 사절한다. 열혈 주인공 시민들을 대변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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